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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來煥作品

DMC Art Fence거리미술관 MBC 아트펜스 - 김래환作

 김래환 "자리찾기"

사람들은 산업사회 이후로 그들이 몸담고 있는 사회나 조직에 빨리 적응하며 유연한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그 속도와 기교는 더욱 정예화되고 학습되어져 또 다른 유전인자로 자리매김할 만 하다.

그것은 개인으로서 가지는 순수한 자유에 대한 기만일 수 있지만 그것은 거부되고 거세되어진지 오래다.

오히려 그들은 미끈하고 유연한 자세로 세상사에 침잠(沈潛)하여 미끄덩거리는 몸집으로 비집고 들어와 안주한다.

항상 밤과 낮처럼 두 종류의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은 오늘도 그들 눈으로 또 다른 모습의 자기를 투영하며 두리번거리고 있다.  

 

 

 

 

 

 

 

 

 

 

 

 

 

 

 

 

  

 

 

 

 

 

총연장은 1킬로미터가 넘고 5미터 높이의 광대한 수직캔버스를 보았을 때 사실 ‘망막하다’고 느낄 일이라 지레짐작으로 왔던 마음은 사라졌다. 그것은 이 너른 공간에 내가 생각했던 질료들을 호화(糊化)시켜 시원스럽게 마구 뿜어낼 공간이며 그렇게 하더라도 여전히 여백들이 남아있을 것이라는 여유는 실로 흥분할만한 일이였다. 마치 술꾼들이 술판을 시작할 때 풍족히 쌓아 놓은 술병을 바라볼 때의 흥분과 비견될만한 일이 아닌가.

작업을 해야 할 펜스 안으로 국내 유명방송국이 들어온다고 한다. 해서 나는 이미 다양한 시도들로 세상에 선보였던 현대인들의 복잡하고 다양한 심성을 표현한 ‘고양이’ 시리즈를 방송이라는 매체에 환유(換喩)시킬 생각으로 마음이 조급해 졌다. 방송카메라는 세상사를 그대로 비추어 방송으로 뿜어내지만 그것은 사실 반추(反芻)의 행위이다. 압축되고, 잘라내어지다가도 다시 이어져 우리들의 안방을 찾아오는 것이다. 그래서 카메라 앞에서는 우리는 정제(精製)되려고 애쓰고 어색하지 않으려고 용을 쓰게 되는 법이다. 그렇게 용을 쓰는 동안 아찔한 현대인들의 모습과 들끓는 세상사들이 사실은 ‘부조리한 세상사’나 ‘해악’이나 ‘어처구니없음’으로 쉼 없이 우리 안구의 망막을 빙글 돌고 뇌로 빠르게 날라지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현대인인’ 나는 ‘고양이’로 ‘가지고 힘 있는 자’는 ‘개’로, ‘힘을 가질 수 없는’ 존재들은 ‘토끼’로 환생하여 늘상 밤이 되면 밥상머리 앞에 출연하는 드라마의 한 장면이나, 화끈한 스포츠, 그리고 즐거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상황들을 마구 비벼낼 수 있었다. 작업은 방부목을 사용하여 보존성을 높이고 평면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부조 형식을 취하였다. 이번에 액자속에 액자를 넣어 오브제 비틀기를 반복한 작업이나, 6M 이르는 고양이를 이음매 없이 세우는 작업들은 나를 고단하게 하고 체중의 상당부분을 앗아가기에 충분했다.

이제 50여개의 에피소드는 세상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익살’과 ‘해학’ 그리고 '부조리‘로 어설픈 삶을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들에게 말 걸기를 시작하고 있다. 워낙 짧은 기간 방대한 작업이라 사실 시리즈로 천천히 이어질 작업이 적절할 일이었다. 그러나 단숨에 에너지를 모으고 한 번에 쏟아낼 때의 쾌감은 또 다른 울림으로 나에게 돌아왔다.

                                                                                                                   김래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