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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 하늘에 오르다 전’에 부쳐

 

‘황소 하늘에 오르다 展’에 부쳐

 

 

우주의 오묘한 원리는 늘 주변에서 쉼 없이 돌아가며 그 역할을 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에 쫓기어 그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일상의 깊은 수렁에 갇혀 하루를 보내기 일쑤다. 그러나 완연한 가을에 즈음해서는 바쁜 일상 속 우리들도 가끔 가던 길을 멈추고 원색으로 변한 하늘이나 산, 그리고 변해 버린 도시의 가로수를 바라보게 된다. 그 때 비로소 계절의 변화나 세월의 흐름이나 일상 바깥의 우주에 대해 인식하기에 이르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절묘하게 이러한 계절변화의 기준점과 도심이라는 공간에서 준비해야 했다. 다행스럽게 도심은 서울의 속성을 배제할 수 있는 시각의 이차원 속에서 존재하는 별도의 공간인‘옥상’이라는 특별한 공간이다. 사실 말이 옥상이지 엘리베이터가 열리면 푸른 초원과 시각적 장애물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미술하는 인간”으로 명명하고 준비를 시작했다. 야외공간에 거침없이 자유스럽게 존재하며 누구나 와서 접촉의 스킨쉽을 즐거워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린 시절 우리는 누구나 땅 바닥에 그림을 그리거나 모래를 쌓으며 인간의 미적 활동을 갈구했다. 그 구현이 어쩌면 인간으로서 느끼는 행복감과 자존감을 만끽할 수 있는 인간적 행위이며 이를 통해 한 인간으로 자아를 형성해 나갔던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부터 우리는 미술의 세계에서 멀어지며 특정한 소수만이 직업으로 삼거나 소일거리로 삼는 특정적 행위로 치부하기에 이른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미술이 아닌 대상으로서 미술의 가치는 결국 반쪽 자리에 다름 아니다. 특히나 그것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소수에게 보여지는 특별한 경우에 이 문제를 더욱 가중 시키기에 족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작가이다. 작가로서 살아가면서 더욱 또렷하게 느끼는 이 명료함은 내가 미술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인간이다 고로 나는 미술한다. 그리고 누구나 미술을 통해 인간임을 자부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때는 바야흐로 우리들이 유한한 존재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가을이라는 계절이라 더욱 흥이 난다. 미술이라는 잔치 마당에 어린 시절 누구나 할 수 있었던 미술적 행위를 복원할 요량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함께 미술했던 인간의 기억을 되 살리며 웃을 수 있을 것이다. 미술관에서 고루하게 특정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화석이 아님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다. 이번 프로그램에 기꺼이 동참해준 뛰어난 작가선생님들은 이러한 소통에 장에 합세하여 잔치를 벌리기로 약속하였다.

가든파이브 옥상이라는 공간이 황소가 오른 이유를 말하며 일상이 힘들지만 미술이라는 미래를 통해 가을 어느 날 행복이 다가올 수 있도록 조처하는 것은 그래서 다시 동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숙명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미술이 어렵지 않고 누구나 함께할 수 있다는 현대미술의 위상을 재확인 할 것이다. 다른 장르도 그러하지만 이제는 프로슈머(prosumer)의 시대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따로 없는 미술의 유토피아에 미술가, 상가입주민, 행위예술가, 일반 시민이 함께 옥상공간에 모여 새로운 현상과 조우하며 인간적 생산물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 누구도 우선이 아니며 후미가 없는 미술의 한바탕을 통해 현대 미술이 가야 할 당위성을 구현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소통을 통해 재미라는 요소 역시 포기하지 않을 요량이다. 쌍방향성이 가지는 재미적 요소는 증명되어 있다. 그것이 소통의 가치인 것이다. 인간, 소통, 그리고 미술의 재미가 속속 숨겨진 가든파이브 옥상에 가을 소풍 보물찾기에 많은 분들이 참여하여 행복을 느낄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할 것이다.

 

2012. 10

 

기획 김 래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