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展示 - 新問記事

[스크랩] 숨어 있는 영혼의 숨결 찾기

 

 

I LOVE GUITAR 3 - V.A. - ASTURIAS/전설 | 음악을 들으려면 원본보기를 클릭해 주세요.

 

 

쇼나 조각품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짐바브웨. 우리에게 다소 낯선 이 나라의 미술조각품이 10년 전에 한국에서 처음 선보인 바 있다. 이른바 '아프리카 쇼나 현대조각'전이 그것이다.
    짐바브웨는 광대한 돌 유적지로 유명하다. 나라이름인 '짐바브웨'조차 '돌로 지은 집'이라는 뜻이란다.
    쇼나(Shona)는 짐바브웨 인구의 70%를 점하는 부족의 명칭. 이들은 조각에 대한 천부적 재능과 창조적 잠재력, 유구한 돌조각의 전통을 갖고 있다.
    재미있는 건 쇼나 조각가들의 작업방식이다. 밑그림을 그리는 일 없이 돌이 일러주는 대로 그 안에 숨어 있는 형상과 숨결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작가와 돌의 관계에 충실하되 인위적 조작은 가급적 배제한다. 그래서 작업은 매우 정직하고 간명하며 도구도 정, 망치, 샌드페이퍼가 고작이다.
    '돌의 영혼이 이끄는 대로 그 숨결을 찾아 깎아낸다'는 쇼나 조각방식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돌을 돌로만 보면 그저 돌일 뿐이지만 그 안에 잠재해 있는 형상과 영혼을 찾고 느낀다는 뜻이어서다. 

 

 

 

태백산 눈 조각전 작업과정 (이하)

 

 


    최근 태백산에서 열린 대규모 눈 조각전을 컴퓨터 화면으로 감상하면서 문득 오래 전에 보았던 쇼나 조각전이 떠올랐다. 작업방식에서 닮은 데가 있어서다.
    조각가 김래환 씨가 총감독을 맡은 '2011년 태백산 눈축제'에는 진시황릉 병마용,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이스트섬의 모아이, 이집트 스핑크스 등 33점이 선보였다.
    태백산도립공원 입구의 당골광장에는 이들 초대형 조각들로 별세계를 연출했다. 여기에다 환상적인 야간조명까지 곁들여져 신비감을 더했다. 
    조각작품들이 대개 그렇지만 이 눈 조각의 제작과정도 쇼나 조각의 그것과 비슷했다. 포크레인 등 중장비를 이용해 커다란 눈더미를 만든 뒤 그 안에 숨어 있는 영혼을 하나하나 찾아 들어갔다. 기기묘묘한 조각 형상들은 그렇게 탄생했다.

 

 

 

 


    인간의 소질과 재능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자기 안에 숨어 있는 잠재역량을 발견하고 꺼내어 세상에 멋지게 풀어냈을 때 진정으로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 쉽지 막상 그게 어렵다. 조물주가 우리를 이 세상에 보냈을 땐 뭔가 재주를 깊숙한 곳에 넣어 선물했을 텐데 대부분은 그걸 꺼내 쓰지도 못한 채 끝내 무덤에 내버리고 마는 것이다. 실로 안타깝다.
    뭔가 뿌듯한 자기만의 성취를 한 사람은 그 재주를 찾아 꺼내는 데 성공한 사람이 아닐까 한다. 그게 남들이 알아주는 것이든 말든, 그게 큰 돈벌이가 되는 것이든 말든 말이다.
    솔직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내 안의 재주를 제대로 찾아 쓰며 살고 있다고 자신할 수 없다. 발견하지 못한 채 엉거주춤 살아왔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것이다. 다만 그걸 찾아내려 오늘도 애쓰고 있을 뿐. 돌을 앞에 두고 명상 중인 쇼나 조각가처럼.

 

    2011.2.9.

 

 

 

 

 

 


    
   

출처 : imhyeongdooworld
글쓴이 : 임형두 원글보기
메모 :

글쓴이 : 연합뉴스 전북취재본부장 임형두